[마틴이작] Lullaby
: 자장가
"자, 아이작씨. 다 됐어요."
마틴은 미소를 지었다. 제 생각은 틀린 적이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제 눈앞의 남자는 아름다웠다.
"항상 그 가면이 신경 쓰였거든요.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심술 맞아 보이고."
물론 그의 말투도 상냥한 편은 아니었지만, 마틴은 그것쯤은 사랑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 귀엽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굳어 딱딱해진 '염료'가 묻은 검지를 엄지로 천천히 문질러 닦아내며 마틴은 그를 흘끗 내려다보았다. 최면을 걸어 놓았음에도 그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반쯤 박살이 난 가면의 작은 파편들이 눈가에 흩어져 있었다. 마틴은 허리를 숙여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숨을 불어 내쉬었다. 후- 하고 흘러나온 입김에 흰 가루들이 별처럼 흩날렸다.
"그래서 제가 잘 칠해놨어요. 침대에서 울어대던 아이작씨 얼굴색이랑 닮아서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검은색은 당신에게 어울릴듯 하면서도 어울리지 않았어. 역시 내 색감은 훌륭하죠? 당신 입술은 빨간 편이 어울린다니까."
뜨겁고 선명한 붉은색. 그 진한 색감에 눈이 시릴 정도였다. 마틴은 왕의 앞에 절을 하는 기사처럼 무릎을 구부려 그의 앞에 꿇어앉았다. 남들보다 배로 큰 듯한 그의 손을 감싸 쥐며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맞잡아 모았다.
"가엾게도. 몸이 차군요. 담요를 가져다 드릴까요?"
마틴은 습관처럼 잠시 대답을 기다렸다.
"아, 역시 그냥 제가 이곳에서 손을 잡아주는 게 더 나을 것 같군요. 당신은 항상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을 툴툴거리면서도 반겼으니까."
마틴은 생각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꽤 귀찮은 일임을 다시금 느꼈다. 그러나 자신에게 생각을 읽히는 것을 아이작은 원하지 않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그의 앞에서 맹세했던 자신을 되새기며 마틴은 활기차게 웃었다.
"나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요. 그렇죠?"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졸리신가요? 그럼 자장가를 불러드리겠어요."
마틴은 노래했다. 제 고향의 오랜 동화에 음을 붙여낸 자장가였다.
내일은 시장에 나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마틴은 그의 손을 조심스레 무릎 위에 내려다 놓았다. 더 많은 양의 방부제가 필요했다.
소파 옆의 협탁에 놓인 촛대를 들고 발소리를 죽여 조용히 문가까지 걸어간 그는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부디 좋은 꿈을 꾸세요.
거대하고 두꺼운 문이 쇳소리를 내며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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