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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데샹바레] Blue

[데샹바레] Blue
: 푸른

초조함이 가득한 손가락이 히카르도의 옷깃을 벌렸다.
뻑뻑한 단추는 몇 번의 시도 끝에 풀려나갔고 드러난 그의 목엔 푸른 멍 자국이 선명했다. 그리기라도 한 마냥 손가락의 형태는 뚜렷하게 멍울져 문신처럼 드리워졌다. 그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훑으며 까미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남아있네. 심지어 선명하게. 지금쯤이면 지워져 있을 줄 알았는데. 네 능력은 정말이지 죽은 너를 살려내는 것 빼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건가? 까미유는 단추를 모두 풀어낸 셔츠를 벗기며 드러난 쇄골에 키스했다. 그의 목을 감싸 쥔 손에 펄떡이는 혈관의 감촉이 느껴졌다. 내가, 이 손으로, 이 목을.

"장난, 하지 말고..."

빨리 해줘. 히카르도는 뒷말을 씹어 삼켰다.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선 제 머리카락을 약하게 그러쥐는 그의 행동이 귀여워 까미유는 작게 웃었다. 부끄러워 말도 꺼내지 못하면서도 그의 행동은 충실히 자신의 몸을 자극한다는 사실이 귀엽지 않을 리가 없었다. 까미유는 벨트를 풀어내리며 표정을 지웠다. 평소 같았다면 입술을 지분거리고 혀로 몸 곳곳을 집요하게 핥아 올리며 히카르도를 놀렸겠지만 까미유 또한 2주 만에 만난 그를 앞에 두고 침착할 만큼 금욕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누가 말을 함부로 놓으라고 했지? 2주 만에 벌써 까먹기라도 한 거야?"
내려앉은 목소리는 방금 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차가웠다. 그러나 히카르도는 그 목소리에 반응했다. 몸이 움찔거렸고 다리가 떨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복종의 의미를 담아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처벌과 다음 명령에 대한 기대감에 벌써 몸이 달아올랐다.

"엎드려서 다리를 벌려야지. 발정 난 암캐처럼 허리를 흔들어 네 안쪽 깊숙한 곳까지 보여야 하잖아. 일일이 처음부터 가르쳐줘야 한다니, 그렇게 좆을 세우고 구멍을 대주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음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는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낸 거야? 자위라도 하며 내 이름을 불렀어? 응? 말해봐, 히카르도."

비아냥거림이 가득한 말은 그러나 히카르도의 머리를 달콤하게 울렸다.

"아니요, 아닙니다."
"거짓말. 벌써 물을 질질 흘려대고 있으면서."

까미유는 그의 뺨을 약하게 내리쳤다. 아픔은 없으나 모욕감과 수치심이 가득 담긴 소리에 히카르도는 흥분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까미유는 명령했다.

"엎드려."

오만함과 정복욕이 가득한 까미유의 목소리가 저릿하게 흘렀다. 까미유는 커다란 몸을 숙이며 파들대는 히카르도를 보고 곧 있을 행위에 두근거렸다.
그의 목에 자신의 손가락이 엉기고, 죄어드는 마디에 그가 살아있다는 신호가 전해져오면 자신은 그것을 담뿍 느끼며 흥분할 것이다. 그것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더욱 강하게 뛰어오를 것이고, 이내 그의 목엔 파란 사슬이 다시 매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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